[논평] 조국혁신당은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조국혁신당의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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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9회 작성일 2025-09-08 11:41:41본문
조국혁신당은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조국혁신당의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에 부쳐-
지난 9월 4일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조국혁신당의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에 대해 당 차원의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했다”며 탈당을 발표한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강미정 대변인에 따르면 당 내에서 공론화가 이루어진 시점은 올해 4월로, 사건이 접수된 지 70여일이 지나서야 가해자 두 명이 각각 제명과 당원자격 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이 긴 시간 속에서 피해자는 당을 떠났고, 피해자를 도운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징계를 받고 사직서를 냈다.
강미정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많은 사람들이 조국혁신당의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봇물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기자회견에 이후 팩트체크란 이름으로 반박문을 즉각 발표하더니, 여론이 나빠지고 비판이 거세지자 다음 날인 9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권한대행은 피해자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강도 높은 쇄신을 말하면서도 절차, 사실관계와 같은 표현으로 사건 처리 과정의 정당성만을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피해자의 요구대로 절차를 마무리 했다고 했지만 결과는 피해자와 조력자 등 당내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이 징계, 탈당 등으로 당을 떠났다. 이것이 제대로 된 해결인가.
강미정 대변인은 9월 4일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사건 공론화 이후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당 내에서 부당하게 비난받고 조롱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말 진행된 조국혁신당 대전·세종시당 정치아카데미 강연에 연사로 초청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이 성폭력 사건을 사소한 문제로 축소하고 이에 문제제기한 사람들을 “개돼지”라 칭했다. 강 원장은 이미 2023년 여성 비하 발언으로 6개월 당원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또한 조국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최강욱 의원의 본의를 누구보다 믿습니다”라고 최강욱 원장의 발언을 지지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또한 같은 날 이규원 조국혁신당 사무부총장은 한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조국 전 대표는 비당원 신분이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며 책임 없는 변명을 내놓으면서 이제서야 미진한 점이 없는지 살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처럼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피해자들과 연대자들의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행위와 발언이 지속되었다. 조국혁신당은 통렬한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비판이 확대되자 9월 7일 조국혁신당은 지도부 사퇴를 선언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토록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당에서 사건 공론화 이후 5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처리하지 않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제야 대응에 나서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보호받기는커녕 당 내부의 비판 속에서 고통스럽게 당을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피해자와 연대하는 이들이 조직 안에서 끝내 자리 잡을 수 없게 되는 현실은 조국혁신당 조직 전반에 성평등 인식이 부재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조국혁신당은 2024년 한국사회의 혁신을 말하며 “맨 앞에 서고 또 맨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는 포부와 함께 창당한 정당이다. 이번 사건은 그 혁신과 투쟁 안에 한국사회의 성차별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갖는 문제의식을 경청하고 있지 않으며, 나아가 조직 전반에 걸쳐 성평등 인식이 얼마나 모자란지를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드러내고 해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조직의 배신자”, “조직을 흔드는 일”로 치부하는 인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드러내고 피해자 보호와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조직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더 민주적이고 성평등하게 거듭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조국혁신당은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용기있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드러내고 해결을 요구한 피해자와 수많은 조력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2025년 9월 7일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