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여성을 죽음에 몰아넣은 불법 채권추심, 누가 이 착취를 방관했는가 정부는 성착취 피해자의 취약성을 악용한 불법 채권추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라
지난 12일,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오전 30대 싱글맘이 사채업자에 시달리다 어린 딸을 남겨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불법 채권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고,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서민들이 불법 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언론에 의해 공개된, 미아리 집결지 여성이 악랄한 사채업자들의 협박과 위협으로 인해 끝내 죽음으로까지 내몰린 사건에 대해 정부가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여성은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여성으로 불법 사채업자에게 심각한 괴롭힘을 당해왔다. 사채업자들은 해당 여성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문자를 매일 여성에게 수백 통씩 보내고,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까지 연락을 했다.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은 비상식적인 수준의 고금리로 늘어나, 불과 몇 십만 원의 빚은 순식간에 수천만 원이 되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금액이 되었다. 불법적인 고금리와 악랄한 추심으로 피해자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여성을 성매매로 마치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금방 빚을 갚고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유인한다. 그러나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은 성적인 착취를 당할 뿐만 아니라 업소를 상대로 고금리 대부업을 하는 사채업자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업주나 사채업자들은 선불금이나 성매매와 관련된 금원은 불법원인으로 인한 금전거래로 무효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성매매 영업이나 알선 사실을 감추고 개인 간의 거래로 포장한다. 애초부터 고금리 사채업자들이 여성들에게 사채 빚을 갚을 여력이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취약한 상태에 처한 여성들을 표적으로 더 높은 고금리의 빚더미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사채업자들은 여성들이 성매매를 한다는 이유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한 번 성매매에 유입되면 이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법 추심과 고금리 속에서 빚을 갚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성매매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가 여성들에게는 가장 큰 협박이자 위협임을 착취자들은 너무도 잘 알기에 이 착취의 연쇄 고리를 여성 개인의 힘으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취약한 여성의 몸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남용·악용하여 결코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이 착취 구조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계속해서 성산업으로 유입되어 성착취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서민금융지원 정책 등을 통해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막겠다고만 할 뿐, 정작 정말로 피해자를 계속해서 양산하고 있는 성매매 착취 구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피해자가 일하고 있던 미아리 집결지의 경우에도, 집결지 폐쇄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업소 내에서 착취당해온 여성들의 생계지원에 대한 지원 예산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정말로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성매매 산업부터 해체해야 한다. 결코 돈을 벌수도, 존엄이 유지될 수도 없는 착취 구조에서 여성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성착취 피해 여성들의 취약성을 악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는 불법 채권추심업체와 관련자들, 성매매업소에 대한 단속과 엄벌이 우선되어야 한다. 성산업착취 구조 안에서 불법 사채업자의 악랄한 채권추심으로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서울시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24년 11월 14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