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매매 여성 위주의 경찰의 성매매업소 단속 관행 규탄한다.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인 강제 추방 규탄한다. 경찰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만들어라.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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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6회 작성일 2024-09-13 17:14:43본문
[성명서]
성매매 여성 위주의 경찰의 성매매업소 단속 관행 규탄한다.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인 강제 추방 규탄한다.
경찰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만들어라.
정부는 인신매매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 분당경찰서 수사관들이 성남 중원구 한 상가 건물의 불법 마사지 업소를 단속했고, 6명의 태국 국적의 여성에 대한 신원조회를 하는 동안 한 명의 여성이 상가 2층에서 추락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성매매업소 단속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성산업 구조가 조직범죄이며 인신매매와 성착취 문제가 연결되어 있음을 간과하고 실적 중심의 아마추어식 대응과 단속을 벌인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본 보도를 접하고 성매매․인신매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부상당한 여성을 포함해 함께 단속된 태국 여성들이 인신매매피해자 식별 및 필요한 지원과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들의 상황 및 신원을 백방으로 수소문하였다. 그 결과 확인한 것은 성매매 피해를 진술한 1명은 여성청소년계로 인계되어 조사를 받았고, 성매매 피해를 진술하지 않은 5명은 미등록 체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어 부상자를 제외한 4명이 9월 5일 강제 출국 조치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단속 과정에서 부상자까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6일 만에 이루어진 대단히 빠른 조치였다. 성매매 피해를 진술한 1명에 대해 성매매 피해에 대한 조력, 인신매매 피해 여부에 대한 확인 및 지원을 하기 위해 해당 경찰서로 계속해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하였지만 피해자와 연결되지 못했다. 이 후 9월 12일 확인한 바로는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결국 강제출국 조치가 이뤄져, 부상자를 포함한 여성 6명 전원이 강제출국 되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문제적인 성매매 단속 관행뿐만 아니라, 인신매매피해자 지원체계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굳이 「인신매매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2004년 제정된 「성매매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해당 업소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에 해당된다면,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로서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우선 묻고 싶다.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소를 이용한 성구매자들, 그리고 업주와 건물주 등 알선업자 또한 함께 수사하였는가? 성매매여성 지원 단체들은 경찰이 성매매 수사를 할 때 성매매 알선업자와 성구매자들은 제외한 채 성매매여성만을 단속하고 수사하는 현재의 단속 관행을 비판해왔다. 심지어 대개의 경우 수사기관에 성구매자를 신고하면 성매매는 쌍방범죄라며 성매매여성은 피의자로 조사하고 정작 성구매자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의 알선고리 차단, 성구매자 처벌을 통한 성매매 수요 차단,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근절, 성매매여성의 인권 보호 및 탈성매매 지원을 위해 제정되었다. 그러나 왜 현재의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여성만을 처벌하는 법으로 전락하고 있는가?
특히 이번 단속의 대상은 태국 국적의 여성들이었고 모두 미등록 체류 상태였다. 경찰은 성매매업소 단속을 하면서 “마사지만 하였고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는 여성들의 진술만 듣고 일방적으로 전원을 추방시켜버렸고, 그 안에는 심지어 성매매 피해를 진술한 여성도 있었다. 게다가 단속 과정에서 정해진 매뉴얼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부상자가 발생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자신의 성매매 피해와 인신매매 피해에 대해 진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력을 하였는가? 경찰은 ‘성매매피해자 식별지표’와 ‘인신매매피해자 식별지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않았다. 올해로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시행 20년이 되었지만 이처럼 여전히 경찰단속은 관행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제정된 인신매매방지법에 보장된 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2021년 성매매 업소 단속 과정에서 태국 여성이 4층에서 투신하여 온 몸에 골절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고 이 여성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에이전시에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 된 인신매매 피해자였음이 드러났다. 당시 경찰의 주장은 “피해자가 조사 중에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주장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한국 선주민 피해자조차도 법과 피해자 권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와 권리주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어와 한국 행정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여성이 어떻게 조력 없이 인신매매 피해 주장을 먼저 할 수 있는가. 이주여성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들에 대해 국제 사회 또한 계속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3년 11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필리핀 여성 3명이 가수로 입국하여 성매매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이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받기는커녕 성매매 행위로 처벌받고 강제출국을 위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것을 놓고, 한국 정부가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상의 피해자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 내리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인신매매 가해자 수사 및 기소, 피해자 중심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심지어 국제사회의 권고까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문제를 해결하고 바꿀 의지가 과연 있는가?
정부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명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하여 2023년부터 해당 법이 시행 중이다. 이 법에는 제6조(피해자의 권리) 2.수사 및 재판 절차와 보호․지원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3.수사 및 재판에 대한 참여를 보장받고 법률조력을 제공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으며, 제7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통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률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은 앞서 확인한 것처럼, 실제 현장에서 전혀 효력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인신매매 방지 업무의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현재 존폐 기로에 있으며, 관련 예산조차 제대로 책정되지 않고 있다. 2023년 524백만원에 불과했던 예산이 올해에는 291백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실정이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로서 특별히 언론의 주목을 받아 알려졌지만 이와 같은 단속 관행, 피해자 식별 및 보호 조치의 부재, 피해자에 대한 일방적인 추방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적극적인 인식 개선과 변화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인신매매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경찰은 인신매매 피해 식별 및 조사조차 하지 않고 성급하게 피해자들을 추방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
- 경찰은 성매매 업소 단속을 성매매여성이 아니라 알선업자와 성구매자 수사와 처벌로 방향을 바꾸어라.
-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발견된 성매매여성에게 피해자로서 조력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고 지원기관에 적극 연계하여 지원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 경찰은 인신매매피해자식별지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여 인신매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식별하고 인신매매 범죄의 수사와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라.
- 정부는 인신매매 범죄 처벌과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라.
2024년 9월 13일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 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두레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