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제주의 기후·생태·평등을 위협하는 제주 제2공항 백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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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47회 작성일 2024-09-13 11:59:55본문
[공동성명]
제주의 기후·생태·평등을 위협하는 제주 제2공항 백지화하라
2024년 현재, ‘기후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다. ‘기후위기’에서 더 나아가, ‘기후 재난’에 이르렀다는 두려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 산불, 폭우와 태풍, 자연생태계 변화와 식량위기, 해양 산성화와 해수 온도 상승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물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5일, 윤석열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강행을 발표했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 위기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는 기후 변화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제한하는 노력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의 강행은 기후 위기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탄소흡수원인 녹지와 농지를 대규모로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에 이어질 도로와 숙박·휴양시설 건설 등은 탄소흡수원을 더 많이 없애고 재해위협을 증가시킨다. 또한 공항이 만들어지면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 뻔하다.
제주 지역의 기후·생태 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더해 지역의 개발과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면이 크다. 제주도의 정책결정자들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외치지만 동시에 중산간 지역에 관광휴양형 개발사업이 허용되도록 제도를 바꾸고 여성어업인인 제주 해녀의 삶과 문화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실시한 제주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어민면접조사에 따르면, 해녀와 어부들은 제주 바다의 변화와 파괴가 기후 위기뿐 아니라 개발로 인한 육상오염원의 바다 유입과 해양쓰레기의 영향이 크다고 증언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이라는 발전주의 개발정책은 제주 도민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파괴하면서 기후와 생태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 명백하다.
오늘날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제기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에 대한 압박은 노동자를 장시간 임금노동에 얽매이게 하고, 소비 중심적 사회로 만들었다. 또한 오직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만을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했고, 주로 여성들이 수행하고 있는 돌봄을 위한 노동은 비생산적인 것으로 취급해왔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시민들은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삶에 대한 상상력이 빈곤해져가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닿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평등을 가속화한다. 기후위기의 여파는 젠더 문제, 계급 문제, 연령 문제, 지역 문제 등 기존의 불평등 체제와 연동하여 드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몸이 취약한 사람들, 흙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생명들에게 기후위기는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성장 중심주의가 아닌 다른 삶, 좋은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할 때이다. 자연과 함께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 것인가. 누구의 옆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적극적으로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명확한 것은, 우리가 그려야 할 미래에 제주 제2공항은 있을 수 없다.
제주에서 이미 진행된 수많은 건설사업의 결과, 제주 도민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나아졌는가? 경제적인 이익은 제주 도민들이 아닌 외국자본과 토건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제주 제2공항이 만들어지면 제주 도민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바로 그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을 강행하려는 자들은 기존의 불평등 체제에 편승하는 세력들이다. 제주 제2공항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불평등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기후·생태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제주는 이미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제주에서 이미 벌어진 수많은 건설사업들이 제주를 병들게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를 더욱 병들게 할 것이며, 기후위기에 위기를 얹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제주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제주의 자연을 잃지 않도록 해야한다. 누구나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좋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제주 도민을 비롯한 누구나 제주의 오름을, 제주의 바다를, 제주의 자연과 함께하는 오늘을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바로 지금 우리의 삶을 위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되었다고 해서, 제2공항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어 도지사와 도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제주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 제주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인다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여민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는 다양한 생명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따뜻하게 돌봐가며 제주를 지켜낼 것이다.
2024년 9월 13일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