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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편견도 없이, 합리적 절차에 따라"(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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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420회 작성일 20-08-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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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지난 7월 22일 진행되었던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 대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글을 실었습니다.

  (제공: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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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및 조력자에 대한 2차 피해 문제 _ 무엇도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그간 우리 사회는 성폭력에 대한 말하기를 염두에도 못 두게 하거나, 멈추게 하기 위해 자행된 수많은 2차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와 싸워왔습니다. 피해자의 말을 왜곡 없이 잘 듣는 것, 여기에서 문제 해결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2018#미투운동이 들불같이 퍼질 때,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피해자의 말을 잘 들을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미투운동의 힘으로 2018년 말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담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2차 피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둘째,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로 인한 피해 포함), 셋째, 사용자로부터 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입은 각종 불이익조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이후 법률에서 나열한 2차 피해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상황을 목도했습니다. 2차 피해에 대해서 짚는 것은 성폭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향해, 책임을 밝히는 과정을 위해, 재발 방지를 설계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2차 피해 문제가 중요하게 인지될 때, 이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경감될 때 우리는 진상의 규명과 향후 과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먼저, 서울시와 관련해 발생한 2차 피해입니다.
 
첫째, 기관장으로 치러진 장례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인이 성추행으로 피소된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사건에 대한 명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만 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장례위원이 주도하는 기관장으로 치러진 장례는 피해자에게 피고소인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킴으로써 피해자를 위축시켰습니다.
둘째, 역대 비서실장들은 "시장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시장과 고소인 사이에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은 비서실 직원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정말 낌새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비서실의 책임자로서 직원에게 4년간 지속된 성적 괴롭힘을 몰랐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또한 피해자가 고소를 통해 정당한 사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몰랐다고 얘기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아직 다 말해지지 못한 피해자의 진술을 미리 부정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셋째, 지금 피해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댓글이 아닙니다. 지난 4년간 헌신적으로 일했던 조직과 이 사건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던 20여 명에 달하는 동료들이 이 사건을 은폐, 왜곡, 축소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관련자들의 은폐, 왜곡 행태를 지켜보며 더욱 명확해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본 사건이 박원순 전 시장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 권력에 의해 은폐, 비호, 지속된 조직적 범죄라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와 변호인, 지원단체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4년 동안 침묵하다가 이제야 고소했는가, 여성단체나 변호인이 부추겼다, 죽음에 책임져라, 언론플레이한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2차 피해와 싸우는 일은 성폭력과 싸우는 일이고, 성폭력과 맞서는 일은 2차 피해에 맞서는 일이었음을 여성폭력 피해 지원 단체들은 지난 30년간 절감해 왔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의 반복되는 내용을 보며 수많은 여성시민들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변호인, 지원단체에 대한 비난이 왜 문제인지 짚고자 합니다.
 
첫째, 피해자는 소극적,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4년간 꾸준히 이야기해왔고, 부서를 이동시켜줄 것도 여러 차례 요구했습니다. 4년간 그 이야기와 요구를 듣고도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둘째, 여성단체나 변호인에 의해 부추겨졌다는 것은 피해자를 비자발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하는 것으로 이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피해자는 변호인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요인을 검토하여 변호인을 선택했으며, 단체의 지원 여부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과 지원단체는 모든 건에 대해서 피해자와 상의하고 있으며, 상의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셋째, 변호인은 피해자를 대리하는 사람입니다. 변호인에 대한 공격은 곧 피해자에 대한 공격입니다. 변호인에게 피고소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넷째, 피해자는 정당한 사법절차를 통해 피해사실을 인정받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소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사법절차를 제대로 밟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리고 피해사실이 조직적으로 은폐될 상황에서 피해자는 어떤 방식으로 피해사실을 말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그 절차를 훼손하고자 하는 것이 누구인지 묻지 않은 채 피해자와 지원단체에게 폭로하고, ‘언론플레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말하기의 통로를 차단하고 언론플레이폭로로 둔갑시킨 것은 누구입니까.
다섯째, 본 단체들이 이 사건을 지원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본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어 피해자가 일상으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 그리고 본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통해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대상화, 도구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우리가 구축해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비난과 위협이 있다 해도 흔들리지 않을 사실입니다.
 
이 모든 비난이 향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피해자와 변호인, 지원단체 흠집내기를 통해 피해자의 입을 막고, 진실을 부정하고, 피고소인과 관련자들을 비호하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서울시 관련자들은 수사와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합니다.
둘째, 수사기관은 관련자들을 제대로 수사하고, 책임 있는 자들에게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셋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의거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의 방향과 책임 _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 조사의 주체 아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7월 13일 피해자 지원단체의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는 7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조사단 구성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지원단체에 네 차례 공문을 보내고 직접 찾아와 전달하면서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1차 공문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요청, 2차 공문 합동조사단 구성 재요청, 3차 공문 합동조사단 조사위원 추천 요청, 4차 조사위원 추천 재요청) 
피해자, 피해자 지원단체,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논의를 통해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며, 조사의 주체일 수 없습니다 

첫째, 서울시 구성 조사단에게 조사 대상이 되는 서울시 공무원이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피해자는 4년 넘는 기간 동안 성고충과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 등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 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구조가 바뀔 것인지 확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 어렵습니다. 외부인으로 구성된다 하더라도 서울시가 직접 주관, 관리하는 조사라면 그러합니다. 

둘째,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역대 비서실장 등이 최근 언론에 “전혀 몰랐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서울시 조사에서 성폭력 발생구조와 책임이 어느 ‘선’ 이하로 다뤄지고 마무리 될 것인지 기관 내부에 암시하고 있습니다. 조사는 성폭력 발생이 제기된 공공기관에서 사건규명과 재발방지 조치의 전 단계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사전에 결론이 제시된 셈입니다. 

셋째, 7월 17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7월 9일 “직원과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감당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서울시 직원이 시장에 의한 성폭력을 어떤 형태로든 문제제기했음을 시장이 인지했고, 이것을 심각히 여겼다는 사실을 비서실장이 인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특별시 장이 결정, 진행되었으며 장례위원회는 7월 11일 “고인에 대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명예훼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공동 장례위원장이었던 여당 대표는 성폭력 관련 기자의 질문에 호통으로 응답했습니다. 7월 15일 서울시는 진상조사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직원’으로 명명했습니다.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셈입니다. 인지 초기 피해자에 대한 보호 등 임시조치는 커녕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크게 확산되었습니다. 시장에 의한 성폭력 문제제기 과정과 그 직후까지도 시장 중심 구조와 체계가 우선이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와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서울특별시 시장에 의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의 조사가 지속되고 있으나, ‘공소권 없음’ 이라는 결정과 수사 중단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 지 알 수 없기도 합니다. 또한 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발생 구조와 맥락을 떠나 피해자와 가해자 1:1의 문제로만, 사법절차를 통해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축소되는 것은 이제까지 개선되어 온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역량과도 맞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공기관 성희롱 등의 조사 및 구제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 조치, 직권조사, 진정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사 범위는 발생한 사안,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 환경, 문제제기 및 묵살 과정, 업무상 불이익 조치 등이어야 합니다 
- 서울시 전 현직 관련자를 포함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서울시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와 권고를 인용하여 징계, 관리감독 책임 수인, 재발방지 조치를 진행해야 합니다. 
- 여성가족부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공공기관에서의 성폭력, 고위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안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교육의 실효성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정책적 노력을 촉구해야 합니다.  

피해자와 지원단체,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 주 경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독립기구의 조사를 통해, 피해자가 제기한 문제가 제대로 밝혀지고 개선 방향이 권고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서울시에서 일해왔고 일해갈 많은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위한 큰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피해자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변함없이 조력할 것이며, 피해자 지원기관은 과정의 제대로된 설계와 이행을 위해, 여성폭력 대응 전문 기관의 자원과 역량을 살려 끝까지 연대하고자 합니다.  
 
 피해자 글  _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합리적 절차에 따라” 

증거로 제출했다가 일주일 만에 돌려받은 휴대폰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힘이 되어줄게'라는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수치스러워서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합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나의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에게 솔직한 감정을 실어 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관계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기는 이 과정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문제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래 걸린 사건입니다.  피해자로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은 끝난 것일까요.  

헌법 제27조 
①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⑤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헌법 제32조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④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4조 
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③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밝혀지는 과정을.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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