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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느낌보다 더 맛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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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507회 작성일 21-08-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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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령 활동가



 

1년 전 부터 나를 설명하는 말이 하나 더 늘었다. 비건(vegan).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설명하면, 비건이란 동물성 식품(육류, 어류, 유제품, , 벌꿀 등)은 일체 먹지 않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 사람을 뜻한다.

 

비건 1년차로서 감히 말하자면

비건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식물을 먹는 것 이상의 어떤 결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비건을 지극히 개인적인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육식에 대한 도전 또는 이단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비건인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나는 그러한 감정들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생전 처음으로 마이너의 삶이라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건을 하면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이 야채만 먹어야 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빵집에 갔다가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꽤 자주 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보통 요리되지 않은 식재료일 뿐이다. 요리를 만들면 어떻게든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기 마련이니까. (집에서 만들지 않는 한)

 

그래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가 종국에는 지기 싫어서 투사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다. 아마 사람들은 삶에서 비건을 본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첫 번째 비건이기에.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알아가는 중이다.

 

나를 설명하는 100가지의 말이 있다면 그 중에 비건은 가장 튀는 말일 것 같다. 내 왼쪽 콧볼에 반짝반짝 빛나는 피어싱도 비건이라는 말의 존재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비건이 되었는지 이 모든 표정들과 시선들을 감수할 정도로 생활습관을 바꿀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또 희한한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게 왜 비건이 되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알고 싶지도 않은 정도로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번엔 내가 멍석을 깔았으니 이야기 해야겠다.

 

내가 비건이 된 이유는 순전히 건강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건강하지 않았다. 흥분하지 않는 것, 밖에 나가서 뛰어 놀지 않는 것이 어린시절 내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성인이 되면서부터 서서히 건강을 점차 되찾게 되었고 20대 중반 하프마라톤(tmi : 당시 마라톤에서 20대 여성 중에 1위를 했다.)6개월 동안 준비하면서부터 운동을 시작하여 이후로도 꾸준히 해왔다.

 

다만 제작년 가을 발에 티눈이 두 개나 생겨서 운동을 쉬어야 했고 수술로 인해서 걷는 활동이 급격히 자제되었다.

 

운동은 못하는데 먹는 양은 왠지 모르게 점점 늘어갔고 체중도 그에 따라 점점 불어났다. 결국엔 심장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심장과 피검사 결과 특별히 안 좋은 곳은 없었으나 이 일은 나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건강에 자신해서는 안 되는 거구나. 하는 충격 말이다. 그리고 고작 몇 개월 쉬었다고 이렇게 되다니 하는 생각을 하며 한 순간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에 대해서 좀 슬프기도 했다.

 

나는 발이 낫기만을 기다리다가 낫자마자 아침/저녁으로 미친 듯이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평범한 휴일 넷플릭스에서 건강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채식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더 게임 체인저스)를 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채식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사서 읽고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 전에는 잘 몰랐지만 완전 채식이 몸에 굉장히 좋고 육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이었다.

 

나는 그 결과를 내 신체 데이터로 증명하리라 결심했다. 내 몸을 통해 증명한다면 그 사실을 진정으로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 글의 첫 번째 문장에서 말했듯 이제 채식을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지났다. 운동도 비교적 꾸준히 했다. 1년 전과 후를 비교해보았을 때 나의 건강. 구체적으로는 체중, 그리고 체중을 구성하는 성분들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작년 여름 운동을 시작하며 인바디를 쟀었다. 당시 나는 지금보다 체중이 많이 무거웠고 육식을 즐겨했다. 심장이 엇박으로 뛰는 부정맥 증상이 있었으며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당연히 수면의 질도 낮았다.

 

1년 후 나는 체중을 20kg 정도 감량했다. 그 중에 감량된 지방은 14.7kg이며 손실된 근육은 2.3kg이다.

 

나는 전과 비교하여 에너지가 넘칠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이 굉장히 좋아졌다.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태어나서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숙면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운동을 쉰 날보다 30분이라도 산책을 하고 자면 그 다음날 아침 너무나도 개운함은 물론 에너지가 100% 충전된 상태로 일어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하루하루가 매일 지속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몸의 컨디션이 좋으니 기분도 좋을 때가 많다.

 

가금씩 내가 섭취하는 음식에는 단백질원이 없다고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100% 편견이다. 고기라는 단백질원 없이도 체중대비 골격근이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었다. 나는 단백질이 60~70% 함유되어 있다는 콩 조차 자주 먹지 않았다.(콩을 싫어하기 때문에) 내가 주로 먹은 건 과일과 현미밥, 김치, , 토마토 김과 같은 것들 뿐이다. 가끔, 아니 자주 비건 라면을 먹기도 했다.

 

아무리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식물 밖에 없고 동물은 그저 매개체라고 설명을 해봐도 눈에 보이는 데이터만큼 신뢰를 주지 못한다. 과연 야채에 충분한 단백질이 없다면 내 몸에 있는 저 튼튼한 골격근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내가 1년 동안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기는커녕 더 에너지 넘치게 살고 있냐는 것이다.

 

인간은 고기를 안 먹어도 살 수 있다.(나처럼) 하지만 야채를 안 먹고 살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 식물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으며 식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의 신체 데이터가 증명해주듯이 말이다.

 

채식으로 얻은 것 중 가장 의외인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1년 전에는 음식이란 내 혀를 만족시키는 행복공급원이었으며 먹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집착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음식은 내 몸을 잘 돌아가게 하는 연료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며 이 기름이 향이 얼마나 좋은지를 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없다. 단지 깨끗한 휘발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가장 깨끗하고 연비 좋은 연료를 내 몸의 에너지원으로 넣고 있다. , 음식은 내 혀를 중심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중심으로 선택이 된다. 나의 우선순위가 변화했기 때문에 다시 채식에서 육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위에서 설명한 힘든 사회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건을 지속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례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비건의 삶이 더 건강한 삶이기 때문에 채식을 한다. 비건의 삶은 절제하여 자신을 돌보는 삶이고 그로인해 건강과 일상의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 가장 행복한 것은 내 건강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나의 건강을 내가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질병관련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약을 많이 먹었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내가 건강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 내 중년과 노년은 누구보다 에너지 넘칠 것이다. 그리고 내 건강은 내 통제 하에 있을 것이고 나는 끝까지 열심히 나를 아끼고 돌볼 것이다.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가끔씩 나에게 고기가 먹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건강한 느낌보다 더 맛있는 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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