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냄]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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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505회 작성일 22-12-05 13:24본문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을 읽고
** 이글은 제주현장상담센터'해냄'에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강복심 실습생이 작성한 독서 감상문입니다.
여성인권에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해왔으나 그동안 등한시하고 애써 보지 않았던 부분이 성매매 분야다.
고민하는 지점은 있었으나 아는바가 없기에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성매매운동의 교과서 같은 책이라고 소개를 받고 이 책을 폈다.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들이 있었다.
성매매의 합법화를 외치는 주장들에 대한 반박 논리, 한국에서 왜 성매매가 산업으로 변화되었는지,
정치권과 유관기관들과 유착이 되어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 고리를 끊기 힘든지
들여다보는 기회였다.
성노동을 주장하며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에서는 어떻게 변하였는지도 소개되어 있다.
합법적 규제주의는 성매매업에 대해서도 다른 경제행위와 통일하게 다양한 법적·제도적 규제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국가들은 여성들이 업소에
고용되거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건물을 가진 업소나 에이전시 등과 대등한 계약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본다. (p174)
몇 해 전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며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면 여성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을 듣기도 했다. 처음 들어본 그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내 정리되지 못한 채 어디서도 나의 의견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였다.
그러나 독일과 네덜란드가 성매매 합법화 후 이 나라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니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성매매알선업자들이었다.
심지어 이 나라에서는 알선업소 운영을 위한 컨설팅쇼도 제작되고, 정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여성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윤택해졌을까?
성매매 합법화는 결국 성매매를 산업화하고, 성매매로 발을 딛게 되는 여성 대부분도 동유럽권 출신
이주여성들이다. 여성들의 권리를 위했다고 하지만 이들의 권리는 어디에서 담보해주는지 볼 수 없다.
탈성매매를 위한 정부 지원도 없다.
그리고 성매매가 합법화된 이후에 오히려 여성들의 죽음이 사소한 것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20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TV 화면으로 방송되었던 모습이 생생하다.
성매매집결지에서 업주들과 언니들이 군집을 이뤄 항의했던 모습이 낯설었고, 이 법이 누구에게 해가
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저 사람들의 절실함이 뭔지 궁금했다.
집결지에서는 성매매특별법을 규탄하는데 목소리를 냈고, 몇몇 용기있는 언니들은 이 집단에서 나와
탈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책을 요구했다.
아웃리치 활동을 하면서 관공서 근처에 밀집되어 있는 유흥주점에 들어가 봤다.
그곳에는 공식적으로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다.
단속해야 할 관공서 근처에 수십년 동안 유흥주점들이 모여 있는 것도 의문스러웠지만 왜 유흥접객원이
있는 유흥주점이 법으로 공식화되어있는지가 더 의문이었다.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이 유흥종사자다.
유흥접객원이 있는 업소는 ‘2차’를 통해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법적으로 유흥주점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도우미 등을 불러 영업하는 노래방이
단란주점 또한 성매매 가능 업소로 여겨진다. 여성이 제공하는 접대 등의
서비스에는 성매매도 포함된다는 것이 오히려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다. (p101)
이 책을 읽기 전 “유흥접객원”이 법적으로 버젓이 있고, 법으로는 성매매는 불법이라고 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유흥주점에 들어가는 순간 금액을 지불하는 남성들은 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당연하게 주장한다. 업주들은 본인들은 사업자등록증도 있고, 세금도 낸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우린 2차 안 해”. 업주들의 2차 개념은 어떤 건지?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 실현을 위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성매매처벌법 개정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유흥업소의 “유흥접객원”을 둘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접대가 당연히
“유흥접객원”들을 옆에 두는 것이 일상적이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