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8 세계여성의 날 115주년 기념 제주지역 여성대회 선언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67회 작성일 2023-03-08 09:35:21본문
제주여성, 퇴행의 시대에 맞서다
생존, 연대, 전진!
퇴행의 시대를 넘어 성평등을 향해 다시, 전진한다!
115년 전,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며 말발굽에 치여 죽고, 감옥에 갇히면서까지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던 여성들의 외침이 무색할 정도로 현 대한민국의 여성 정책은 퇴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비롯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진보정당 및 시민단체 회원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정국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을 능가하는 폭압의 정치입니다. 이에 우리는 더는 퇴행의 시대를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기에 우리가 쟁취해온 자유와 평등을 위해 오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퇴행의 시대를 넘어 성평등한 세상을 향해 더 큰 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2023년,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매달 날아드는 전기‧가스요금 폭탄 고지서로 서민들의 삶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성폭력 사건이 난무한 가운데 법무부는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5개 과제에 대해 모두 반대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는 성적수치심 용어를 삭제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는 것을 가로막는 행위입니다. 여성인권을 더욱 강화하는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며,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묵과하는 퇴행적 시도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후보시절부터 주장한 ‘여가부 폐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692개 단체로 구성된 여가부 폐지 전국행동이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나 윤석열 정부는 언제 다시 여가부폐지를 밀어붙일지 모릅니다. ‘여성가족부’가 정치적 카드로 유용되고 있는 이 자체가 여성인권을 무시하고 짓밟는 처사입니다. 우리는 이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평등 독립부처로서 ‘여성가족부’는 대한민국의 인권지수를 보여주는 표상입니다. 여성가족부는 폐지되어야 할 부서가 아니라 모두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존속, 강화해야 할 성평등부처입니다.
내가 바로 정치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환경, 국제적 상황을 둘러보면 기가 찹니다. 민중의 생존과 안전, 평화가 우선되어야 함에도 정치는 고소‧고발, 압수수색 등의 난맥상을 넘어 피비린내 나는 싸움터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민중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적 책무를 져버리는 행태로 민중의 심신건강을 심각할 정도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는 통탄의 목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에 우리 여성들은 폭력만 난무하는 정치를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내가 바로 정치다’를 외치며 거리로 나아갈 것입니다. 기존의 정치가 인간과 뭇 생명체들의 생존과 안전,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것입니다.
제주, 평화롭습니까? 제주 여성의 삶은 행복합니까? 외세와 규합한 국가권력에 짓밟힌 제주 4‧3의 아픔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강정해군기지건설, 제2공항건설로 제주의 마을들은 풍비박산이 나고 갈등은 봉합되지 못한 채 반목과 질시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이며 건설입니까.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성장은 착취이며 폭력입니다. 제주의 땅, 제주사람들이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제주의 평화, 제주 사람들이 만들어가길 희망합니다.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제주, 똑같은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주여성이 앞장설 것입니다.
제주 여성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는 제주 해양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주 해녀의 생존권뿐 아니라 모든 생명들을 위협하는 반인륜적 행위입니다. 또한 지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채 강행되는 하수처리장이나 해상풍력단지, 화력발전소의 확장은 지하수 오염과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주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본의 욕망이 낳은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위기로 인해, 제주의 땅과 바다는 더 이상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되지 못하며, 그동안 우리 여성운동이 추구해온 생명, 평등, 평화의 가치는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여성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성장 일변도의 난개발과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생태계 파괴에 맞서 싸우고, 우리의 삶과 그 터전인 제주를 지키기 위해 함께 연대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다시, 전진한다
제주여성은 이 땅에서 생명, 평화, 평등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맞서 싸웠습니다. 호미와 비창을 들고 일제에 맞섰던 조선 최대의 항일운동인 해녀항쟁을 비롯하여, 4.3 이후 폐허가 된 마을을 재건하며 남성이 부재한 제주경제를 살려내고 마을과 지역을 일으킨 것도 제주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기록된 적도 없습니다. 제주 여성은 제주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으나 노동에 대한 보상은 남성보다 낮았고 제주 여성들의 지위는 무급 가족 종사자이거나 임시직, 일용직 등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남성들의 주변에 머물려야 했습니다.
가족, 마을, 정치에서 여성대표성이 현저히 낮은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제주는 단 한 번도 여성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선출된 적이 없습니다. 여성이장은 172개 마을 중 단 5명에 불과하고 여성 도의원 비율도 20%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주 정치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지워져 있습니다. ‘강인한 제주 여성’이라는 말은 일상을 살아가는 제주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여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독박육아, 이중노동, 임금차별, 가부장제,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는 제주여성의 삶을 지워버렸습니다.
제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맞벌이 가구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 절반 이상이 임시노동자이며 상당수가 숙박업소 및 음식점 등의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취약해지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연구 집단을 동원해 노동개악을 선포했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극대화하고,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여성노동자에게 심각한 노동권 후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여성의 직무를 낮게 평가해왔던 노동시장의 관행은 그대로 둔 채, 임금제도를 직무급으로 바꿔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망언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을 낳을 뿐입니다.
여성들의 평화 또한 위협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는 해임에도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대화와 외교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에 윤석열 정부는 군비증강과 군사 훈련 증가로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폭로된 국민의 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작성 문건에는 제2공항에 미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와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제주도는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거대한 침략 기지가 될 것이고 여성과 아이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과 말을 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 가장 고통받을 것입니다. 우리 여성들은 미래 세대를 비롯해 생명체 모두의 생존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생태계와 기후 재앙을 악화시키는 군사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더욱 강하게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 평등, 평화를 위해 거침없이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과 생태계, 지구를 위협하는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롭고 안전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자각한 여성들의 정치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선 우리가 앞장서겠습니다.
우리가 내딛는 당당한 발걸음은 역사가 되고, 현실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전진합시다!
“퇴행의 시대를 넘어 성평등을 향해 저항한다!”
“퇴행의 시대를 넘어 성평등을 향해 연대한다!
“퇴행의 시대를 넘어 성평등을 향해 전진한다!”
2023년 3월 5일
‘3·8 세계여성의 날 115주년 제주 여성대회’
주관단체 : 강정평화네트워크, 노동당 제주도당, 민주노총 제주본부, 서귀포여성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여성회, 진보당 제주도당(12개)
참여단체 : 강정친구들,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 네트워크(노현넷),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월정리 해녀회, 제주민예총, 제주성매매차별법개정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제주평화나비,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한부모회 해밀, 제주환경운동연합,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14개)